뭐 대기업에 인수되다 보니, 대기업에서 부장급 또는 이사급의 사람들이 울 회사의 사장, 부사장, 이사의 직책으로 오기 시작했다. 이 얘기인 즉 울 회사에 원래 있던 임원급들은 다 잘리거나 직급은 그대로 둬도 팀원이 되어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대기업에서 대리의 직급을 달고 있던 사람들이 팀장이 되기도 했다.(한 두명이 아니였음.)
울 회사 업무를 알지도 못하면서 오자마자 팀장이라니....그것도 대리가.
여기까지는 이해할만 하다.
상담직종에 있는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울 회사의 상담직종은 기술상담이 90% 이상이여서 인원이 바뀔때마다 힘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24시간 돌아가는 업무다 보니 혜택도 조금 있었다. 물론 고생하는 것에 비해 혜택이 많지는 않았지만...
대기업 상담직종이 거의 비정규직이니까, 같은 업무로 보고 비정규직으로 뽑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부에서 말이 나왔지만, 임원들이 전부 대기업 사람들이라 말이 먹히질 않은 것 같았다. 결국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혜택도 다 없애버리고...
우리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주력상품 그리고 주력상품과 관련이 있는 제품을 팔았는데, 주력상품을 제외한 모든 제품을 다 정리했다. 즉 사업정리.
들리는 얘기로는 타 업체(물론 타 업체들도 중소기업 또는 영세기업)와 경쟁에 있는 제품들은 다 정리하고, 이런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주력상품을 더 많이 파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던데...진실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사업정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잘렸다. 인수할 때 고용보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잘렸다.
해당 사업에 있던 분들 중 능력이 괜찮은 분들이 있었는데, 다른 팀에서 인력이 필요해 그 분들을 요청했지만, 당연히 무시되고 대기업에서 낙하산으로 왔다.
안잘린 분들도 있었는데, 그 분들은 전혀 다른 업무로 배치했다. 나가라는 의미같긴 했는데 나간 분들도 있고 그냥 다니는 분들도 있었다.
기존 인력 중 유일하게 인수되고 나서 임원을 유지하는 분이 한 분 있었는데(이하 A임원), 이 분은 말이 임원이지 중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었다. 모기업에서는 울 회사의 경쟁력을 높히려면 새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 논의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맨 처음 새 제품 논의가 나왔을 때, A임원과 개발자 한명(기존 회사직원. 부장. 이하 B개발자)이 신규 임원들과 회의를 했는데, A임원은 '세 제품은 시간이 오래걸리는 신중하게 생각하자' 라고 했고, B개발자는 '짧은 기간내에 가능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 일 이후로 A임원은 새 제품 개발 외에 모든 중요 의사결정에서 전부 배제되기 시작했고, B개발자가 거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그래서 의사결정 되고 나면 A임원은 통보만 받는 형태가 됐다.
헌데 문제는 B개발자가 세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기존제품을 수정하는 형태로 방향을 잡았는데, 이게 임원들한테 먹힌거 같다.(임원들이 돌대가리인거 같음. 아니면 모기업에 잘 보이려고 하는건지...)
그리고 기존 제품들은 바로 정리하는건 아니고 제품 출시 후 빠른 시일내에 정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 입장에서는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되고 나서 복지가 엄청 좋아졌는데, 이걸 짧게 누려보고 퇴사하게 생겼다. 조만간 퇴사 할 듯.
나도 걱정이지만, 대리급 개발자들이 걱정된다. 과연 이 회사에서 본인들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런지....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되자마자 정치질이 너무 심하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B개발자는 과장급 이상 개발자들을 대리고 새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는데....ㅎ ㅏ...정말 B개발자 이놈은 인성이 쓰레기인거 같다. 회사 특성상 한 가지 제품을 만들면 오랫동안 쓰는데, 제품을 만드는데 대리급 개발자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니.....
울 회사에 개발 능력이 있는데도 모기업에 개발 프로젝트를 넘기기도 하고...(모기업에 잘보이기 위해서 그런다는 얘기가 있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걸 보여주려고 한다고...)
겉으로 보기에 회사는 좋아졌지만, 인수된지 불과 몇달만에 썩어가는 회사를 보니 어이가 없었다. 더 썩어서 험한꼴 보기전에 나가야는데, 갈 곳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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